제7장. 공은 얻을 수 없고 고요함은 말하지 않는 것.
『수보리야, 어찌 생각하느냐? 여래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었느냐? 여래가 설한 법이 있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리되 『제가 부처님 말씀의 뜻을 알기로는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이라 할 만한 정해진 법이 없고 또한 여래께서 설한 정해진 법이 없나이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설하신 법은 모두 취할 수도 없고 설할 수도 없으며 법도 아니고 법 아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현인이나 성인들이 모두 이 무위법 속에서 차별이 있는 까닭입니다』
제8장. 부처님 법에 의해 부처가 나온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를 칠보로 가득 채워 보시한다면 이 사람이 얻는 복덕이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리되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이 복덕은 복덕의 성품을 가지지 않은 까닭으로 여래께서 복덕이 많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이 경 가운데서 사구게 등을 받아 지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설한다면 그 복은 이보다 뛰어나리니 왜냐하면 수보리야, 모든 부처님과 모든 부처님의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의 법은 모두 이 경에서 나왔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이른바 부처님 가르침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이 아니니라』
제9장. 하나의 모습도 본래 형태가 없는 것.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다원이 능히 「내가 수다원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수다원을 일러 깨달은 자의 흐름에 들어간다고 하나 들어간 바가 없으며 색과 소리와 향기와 맛과 감촉과 법에도 들어가지 않음으로 수다원이라 하나이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다함이 능히 「내가 사다함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사다함을 일러 이 인간 세상에 오는 것이 한 번 남았다고 하지만 실은 가고 옴이 없으므로 사다함이라 하나이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나함이 능히 「내가 아나함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아나함을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실은 돌아오지 않음이 없음으로 아나함이라 하나이다』 『수보리야 어찌 생각하느냐? 아라한이 능히「내가 아라한도를 얻었다」고 생각하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실로 아라한이라 할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아라한이 「내가 아라한도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곧 자아, 개인, 중생, 영혼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제가 아무런 번뇌 없는 고요한 경지를 얻은 사람 가운데 제일이라 하시고 욕망의 여읜 제일 가는 아라한이라 하셨나이다. 저는 제가 욕망을 여읜 아라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약 「내가 아라한도를 얻었다」고 한다면 세존께서는 곧 수보리는 적정행을 즐기는 사람이다. 수보리는 적정행을 한 것이 없음으로 「수보리는 적정행을 즐긴다」라고 설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제10장. 정토를 장엄하게 하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옛적에 연등 부처님 처소에서 법을 얻은 바가 있었더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연등부처님 처소에 계실 때 실로 법을 얻은 바가 없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보살이 불국토를 장엄하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불국토를 장엄하는 것은 장엄하는 것이 아니라 장엄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수보리야, 모든 보살마하살은 응당 이처럼 청정한 마음을 내어야 하되 색에 머물러 마음을 내지 말며 소리와 향기와 맛과 감촉과 법에 머물러 마음을 내지 말지니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의 몸이 수미산만큼 크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몸이 크다고 하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매우 큽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몸이 아닌 것을 일러 큰 몸이라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제11장. 무위의 복을 닦는 것이 더 뛰어나다.
『수보리야, 갠지스강에 있는 모래 수 만큼이나 많은 갠지스강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모든 갠지스강의 모래가 얼마나 많겠느냐?』 『대단히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모든 갠지스강만 해도 무수히 많거늘 하물며 그 모래의 수는 얼마나 많겠나이까?』 『수보리야, 내가 지금 진실로 너에게 이르노니, 만일 선한 남자나 선한 여인이 그 모든 갠지스강의 모래 수만큼 삼천대천세계를 칠보로 가득 채워 보시한다면 그로써 얻는 복이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만일 선한 남자나 선한 여인이 이 경 가운데 사구게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한다면 그 복덕은 앞서 칠보로 보시한 복덕보다 더 클 것이니라』
